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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로운 휴눔 생활/ETC

여행의 기억 in 대만 시먼딩 스타벅스

by 일하는 휴눔 2015.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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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 중 가장 좋았던 시간은 숙소가 있던 시먼딩 근처의 카페에서 한가로이 보냈던 어느 아침이었다.

 

어느 아침이라고 하기엔 사실 대만에 머문 일정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우스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냥 그렇게 부르고 싶다. 당초 계획을 짜고 간 여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밤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며 다음날 일정을 대략적으로 짜두곤 했는데 이 날 아침은 우연히 고개를 돌린 곳에 자리하고 있던 예쁜 건물에 눈을 뺏겨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하루의 일정을 바꿀 만큼 눈을 빼앗긴 것이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스타벅스라니. 그 나라의 특색있는 개인 카페를 간 것도 아니고 고작 스타벅스라니! 함께 간 친구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우리는 2층 구석 자리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시먼에 위치한 스타벅스가 몇 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간 곳은 시먼딩 메인 스트리트 골목안에 위치한 곳으로 3~4층 정도의 건물이 아담하지만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었다. 밖에서 보기엔 굉장히 작아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높게 설계된 천장과 공간 구성으로 인해 시야가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여행자들은 이른 시간부터 그곳에 모여 앉아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엄마 아이들이 함께 온 중국인 가족도 있었고 한 눈에 봐도 일본인임을 알게 한 귀여운 여자 여행객들도 있었고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대화하는 대만의 젊은이들도 거기 있었다.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조용한 그곳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알아 듣지 못하는 말과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이 한데 엉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남의 말을 엿듣고 싶진 않았지만 각기 다른 사연과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친구와 함께 앉아 있었지만 친구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건지 우리는 둘 다 말이 없었다. 솔직히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나는 '오전 10시' 적당히 밝은 빛이 스미는 창가에 앉아 지난 며칠과 앞으로의 며칠에 대해 우리의 여행에 대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어떤 유명한 관광지를 보고 구경하는 것 보다 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를 창가에 가만히 앉아 커피만 홀짝이며 우리 둘은 그렇게 여유롭고 행복한 아침의 시간을 보냈다.

 

그 전날 유명한 주요 관광지를 보기 위해 빼앗긴 에너지를 되찾는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도 할 수 있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 한시간 남짓의 시간이 여행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을지 그땐 몰랐지만 돌아온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날 아침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자리에서 일어설 때 우리 모두 다음에 또 함께 여행을 오면 이런 시간을 더 많이 만들자 라고 말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때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수 백 킬로를 돌아보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새삼 깨닫는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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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 커피, 고요함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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